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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 나만의 음악 플레이리스트 결산
    뭐든 먹는 송아지 2020. 12. 19. 22:33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올 한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줬던, 내가 어딘가를 이동할 때마다 그 사이 시간들을 가득 채워줬던 음악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마련해보고 싶었다. 매번 음악으로 새 앨범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가수들을 보면서 그들이 음악이라는 장르로 만들어내는 한 사람의 세계에 대해 감탄한 적도 많아서 그것을 탐구하는 시간도 가질 겸 올해 플레이리스트를 돌아보았다. 

     

    예전에 공개된 곡도 종종 듣지만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주로 새로 공개된 곡들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올해 내가 무한 반복해 들은 노래들은 대부분 2020년 공개된 노래들일 것이다. 아직 코로나가 세상을 덮치기 전에 그 첫 주자를 끊은 건 셀레나 고메즈의 Rare 앨범이다. 1월 10일에 공개되었고 Revival 앨범을 낸 지 5년 만에 나온 정규 앨범으로 총 13곡이 실려있다. 셀레나 고메즈라는 이름은 워낙 유명해서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아티스트로서 그녀의 행보에 주목한 적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루머의 루머의 루머’로 알려져 있는 ’13 Reasons Why’의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그의 노래를 열심히 찾아듣게 됐다. 누군가의 전 연인으로서가 아닌 본인으로서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해 온 셀레나 고메즈의 열정과 자신감이 이번 앨범에 담겨 있다. 전 앨범 Revival도 제목처럼 새롭게 태어난 자신의 모습을 표현해내는데 주력하고 있는데 Rare 앨범은 거기에서 나아가 본인의 특별함을 내세우며 더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여준다. 워낙 유명한 셀럽인 만큼 그녀가 겪었을 과거의 힘들었던 일들에 대해 말하지만 그것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는 듯한 당당하고 멋진 태도가 가사에 잘 담겨 있어서 듣는 재미가 더하다. 속삭이는 듯한 가창과 몸을 들썩이게 되는 리듬과 비트 덕분에 한 해 동안 질리지 않고 생각날 때마다 찾아들었다. 이어폰을 꽂고 버스와 지하철에서 남몰래 흥얼거렸던 기억이 가득하다. 다음 앨범은 5년 만큼은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빨리 그녀의 새로운 목소리를 듣고 싶다. 

     

    다음으로 버닝했던 앨범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folklore 앨범이다. 7월 24일 공개되었는데 어떠한 프로모션도 없이 앨범을 당일에 공개해버려서 아주 뜻밖이었던 앨범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본인이 직접 노래를 만드는 가수들이 보통 신보를 들고 돌아올 때는 최소한 1년에서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테일러 스위프트는 작년 여름에 이미 18곡이 실린 Lover라는 앨범을 낸 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새로운 컨셉의 곡으로 찾아왔다는 것이었다. folklore 앨범이 싱글이나 미니 앨범 같은 느낌이었다면 그렇게 놀라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16곡으로 꽉 채운 정규 앨범으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 코로나의 영향이 아주 컸던 것 같다. 평소였다면 아마 작년에 낸 Lover 앨범으로 전세계 투어를 하고 있었을 텐데 올해는 그러지 못하고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곡을 쓰는 것으로 창작욕을 불태운 것 같다. 그런데 올해가 아직 다 가기도 전에 더 경이로운 소식을 접했다. folklore 앨범을 낸지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며칠 전 또 evermore이라는 새로운 정규앨범이 나왔다! 이번 앨범도 15곡으로 아주 풍성하다. 본인의 생일에 앞서 또 다시 깜짝 공개했다고 한다. evermore는 테일러 스위프트도 스스로 밝혔듯이 folklore의 자매 같은 앨범으로 곡의 분위기나 컨셉이 비슷하다. 지금까지 매 앨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면서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하면서 카멜레온 같은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같은 컨셉을 이어서 발표하는 건 또 다른 모습이다. 이전에 발표된 앨범들도 좋았지만 나는 이번 앨범이 예전의 컨트리 노래를 부르던 테일러의 모습을 떠오르게도 하면서 어딘가 존재할 것만 같은 환상과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분위기를 자아내서 참 좋았다. 코로나로 답답하고 힘든 일도 많았지만 잔잔하고 몽글몽글한 피아노 소리로 가득찬 서른 곡을 들을 수 있어 너무나도 소중하고 기쁘기도 했다. 남은 연말 동안 그녀가 곡에 펼쳐낸 세계를 조금 더 깊게 음미해보고 싶다. 

     

    스텔라 장의 STELLA I 앨범은 봄과 여름에 많이 들었던 노래다. 첫 번째 정규앨범으로 올해 4월 공개되었고 총 12개의 곡이 실려 있다. 4월에 나온 앨범 답게 계절감이 느껴지는 산뜻하고 따뜻한 노래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우울하거나 기쁜 감정, 그리고 본인이 일상에서 뽑아낸 독특한 감상을 담아냈다. 목소리와 기타 소리만으로 이루어진 곡이 많았는데 오히려 구성이 단순해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스텔라 장은 그 전에도 YOLO나 Colors,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과 같은 노래로 통통 튀고 발랄한 아이디어를 내던 가수라 노래를 낼 때마다 찾아 듣고 있었는데 이번에 꽉 찬 정규 앨범을 내줘서 코로나 상황으로 집에 있는 동안 한창 즐겁게 들었다. 노랫말이 너무 재치있고 또 한편으론 따뜻한 감성도 있어서 좋았다. 피크닉을 가서 들으면 참 좋았으련만. 대신 무주산골영화제에서 스텔라 장이 라이브로 부르는 영상만 찾아보았다. 내년에는 꼭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펼쳐 놓고 들을 수 있길 바란다. 

     

     

     

    몇 주 전까지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Positions 앨범을 계속 돌려 들었다. 친구가 34+35의 가사 뜻이 예상치 못한 것이라고 한 번 들어보라고 해서 충격을 조금 받았었지만 음악을 듣다 보니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수록곡 전곡을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있었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가사로 풀어내는 게 아리아나 그란데의 특징인데 이번에도 육체적이거나 정신적인 사랑에 대해 말하는 노래가 많았다. 그전까지는 몇몇 수록곡만 찾아들었었는데 이번에는 전곡을 들어보면서 아리아나 그란데의 창법이나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에 빠져들었다. 다음 앨범이 나오게 되면 이번에는 친구가 추천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내가 먼저 찾아들을 것 같다.

     

     

     

    최근에는 연말이라 그런지 내가 애정하는 가수들의 앨범이 연이어 나와서 플레이리스트가 아주 풍성해졌다. 앞서 말했던 테일러 스위프트의 folklore과 백예린의 tellusaboutyourself, 태연의 What Do I Call You를 열심히 반복해서 듣고 있다. 올해 남은 한달 동안은 이 세 앨범들을 번갈아 가면서 듣지 않을까 싶다. 백예린의 목소리를 처음엔 조금 답답한 것 같다고도 생각했는데 이번 앨범 전 수록곡을 듣다 보니 물기를 머금은 듯한 포근한 목소리만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본인만의 스타일이 확고하게 있어서 자신만의 색깔을 펼쳐나가고 있어 후의 행보가 더 기대된다. 배경음악으로 깔아두고 책을 읽거나 다른 일을 할 때 들으면 행복해지는 음악이다. Loveless와 I’m in love가 아직까지는 이 앨범에서 가장 좋다. 여러 번 반복해서 듣다 보면 그때 그때 꽂히는 노랫말이나 멜로디가 또 다르다. 몇 주 후엔 또 다른 음악을 즐겨 듣고 있을지 모르겠다. 태연은 이번에 미니 앨범을 냈는데 툭툭 던지는 무심한 듯 부르는 타이틀곡이 제일 마음에 든다.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작년에 낸 불티(Spark)와 이어지는 것 같은 들불(Wildfire)도 시원시원하고 독특한 멜로디 때문에 흥얼거리고 있다. 

     

    내가 즐겨 들은 곡들이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올해 여성 솔로 가수들의 정규 앨범들이 참 많이 나왔다. 타이틀곡이나 유명한 곡만 듣는 것보다 앨범 전체를 열심히 돌려 들으면서 좋은 노래를 발견하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아주 선물같은 한 해였다. 한 아티스트가 한 앨범을 구성하기 위해 들인 노력이 곡 하나하나에 담겨 있기에 한 가수의 전체적인 음악 세계를 보고 싶다면 전 앨범을 듣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곡 순서, 구성, 컨셉 등에서도 분명 의도한 바가 있다. 참 다양한 앨범들을 올해 들으면서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은 없지만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가수들이 펼쳐낸 다채로운 세계를 탐미할 수 있었다. 비록 올해는 코로나로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동시에 좋은 음악들도 많이 나와서 본인을 구성하는 많은 것들을 수집하고 새롭게 탄생시키는 아티스트들의 세계 속에서 헤엄칠 수 있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허전함을 덜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글을 쓰면서 어딘가로 이동하면서 요리를 하면서 밥을 먹으면서 작지만 모이면 엄청난 시간들을 올해는 이 음악들과 함께 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음악과 함께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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