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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만들어 먹기뭐든 먹는 송아지 2020. 12. 11. 21:53
어제 새벽에 너무나 비빔밥이 먹고 싶어서 누워있다 벌떡 일어나서 무 생채를 무쳤다. 특히나 새벽에 깨어 있으면 배가 너무 고파서 내일 일어나서 먹을 것을 생각하게 된다. 비빔밥에 대한 글을 쓴 이후로 먹어야겠다 마음만 먹고 실천을 하지 못했었는데 마침 김밥 재료로 사온 부추가 남아서 그것과 함께 집에 있는 당근과 버섯 말고도 또 무얼 넣으면 좋을까 친구에게 자문을 구했었다. 친구가 무 생채가 있으면 최고라고 했는데 마침 바닥에 굴러다니던 무가 있던 게 생각이 났다. 그래서 이불에 누워서 무 생채를 어떻게 무치는지 유튜브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안되겠다 싶어 결국 무를 송송 썰어 소금, 설탕, 고춧가루, 참기름, 매실액을 넣고 무쳤다. 새벽에 거나하게 먹기는 양심에 찔려서 무 생채만 무치고 다시 자리에 누웠지만 요리하면서 몇 개씩 훔쳐먹는 무 생채는 정말 맛있었다. 거의 죽어가던 무를 무친 것이라서 엄청 싱싱하지는 않았지만 더 시간이 흘렀으면 썩었을 무를 살린 셈이라 뿌듯했다.
그리고 다음날, 전날의 결심을 지키려고 일어나서 비빔밥을 먹을 준비를 했다. 현미를 섞은 밥을 미리 안쳐놓고 당근을 볶고 남은 기름에 조금 더 기름을 둘러 버섯을 볶고 같은 프라이팬에 달걀프라이도 만들었다. 노른자가 터지지 않게. 친구 말로는 완숙을 먹을 거면 비빔밥에 계란을 왜 넣냐고 그럴 거면 그냥 계란을 삶아먹으라고 했다(!) 부추를 깨끗이 씻어서 반으로 자르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냉장고에 있는 고추장을 꺼냈다. 물론 전날 새벽에 해놓은 무 생채도 빼놓지 않았다.
당근, 버섯, 부추, 무를 사면에 두르고 가운데 고추장을 놓고 위를 계란으로 덮으니 비주얼이 아주 완벽한 비빔밥이 완성되었다. 비빔밥에 생각보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는데 그 모든 재료가 내 손을 거친 것들이라는 점이 너무 뿌듯했다. 볶거나 무치거나 굽거나 자르거나 모두 내가 손수 준비한 재료들이라 더 행복하게 먹을 수 있었다. 비빔밥의 소리 2탄이 탄생한 날이기도 하다. 3탄이 나오는 날도 곧 오겠지?'뭐든 먹는 송아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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