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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고 다시 겨울
    뭐든 먹는 송아지 2020. 12. 21. 05:24

     

    We Are Who We Are, Fraser and Caitlin


    지난 번에 작년 겨울-봄 동안 이불 속에서 뒹굴거리며 본 영화와 드라마들의 한줄평을 정리했었다. 어느덧 다시 겨울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그 때 이후로 본 작품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한 해 동안 본 작품들 결산! 

    드라마

    • 이어즈 앤 이어즈 - 향후 15년에 대한 이야기. 드라마에서 생기는 일들이 너무 제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를 비롯한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결국 일어날 것 같다. 이렇게 끔찍하고 말도 안되는 것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만, 그렇지만 또 행복하고 아름다운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인간이 자초했지만 또 그걸 되돌리는 것도 인간이다. 
    • 멜로가 체질 - 대사가 굉장히 많고 독특하다. 그치만 끝까지 보지 못했다. 세 여성의 우정과 전여빈의 스토리는 좋았다.
    • 킬링 이브 시즌 3 - 마지막 빌라넬과 이브가 만났다가 다시 뒤돌아서 걸어가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 와이 우먼 킬 - 세 명의 여자들의 집에서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이야기. 디 아워스가 생각나는 드라마. 여자들이 왜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해준다. 아주 통쾌하고 재밌다.
    • 데드 투 미 - 올해는 여자들이 남자들을 죽이는 작품들을 참 많이 봤다.(남자들아, 제발 잘 좀 하자.) 주디와 젠도 그런 여자들이다. 아주 통쾌하긴 하다. 와이 우먼 킬처럼. 하지만 살인으로 얽힌 관계, 앞으로도 괜찮을까?
    • 네버 해브 아이 에버 - 짧고 유쾌한 하이틴 드라마. 인도인이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점이 신선하다. 데비와 친구들의 엉뚱함이 매력. 오피스의 민디 케일링이 제작했다. 
    • 어둠 속으로 - 친구의 강추로 보게 된 작품. 시즌 2가 기대된다. 점점 더 빛이 없는 어둠 속으로, 그리고 인물들이 감추고 있는 어둠 속으로. 
    • 키딩 - 죽음과 상실과 이별에 관한 동화 같은 드라마
    • ★ 나의 눈부신 친구 시즌 1,2- 두 아이의 우정을 다룬 대서사시, 서로를 관찰하고 서로에게 반응하며 성장하는 레누와 릴라, 다음 시즌이 나오기 전에 책을 읽어보는 것이 목표!
    • 비밀의 숲 1,2 - 나의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무지했던 나를 세상과 연결해준 이야기. 아주 커다란 숲에 잔뜩 뿌리가 엉켜있는 나무들, 그 뿌리를 따라가서 풀어내려고 하는 시목과 여진. 세상에 아주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 사람들이 각자의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그렇게 엉켜버린 걸까. 서로를 옭아매거나 가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 프렌즈 - 시즌 6까지 봤다. 조이, 챈들러, 피비, 레이첼, 모니카, 로스가 만들어내는 우당탕탕 사랑과 우정 이야기
    • 스타트업 - 네 캐릭터가 매력적, 편지로 엇갈리는 운명… 인 줄 알았으나 끝까지 보고 너무나 실망, 그나마 지평이랑 할머니 덕에 버텼다.
    • 에밀리 파리에 가다 - 무난하게 재밌는 시트콤, 프랑스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이 약간 됐다.
    • 퀸즈 갬빗 - 체스 천재 소녀가 중독으로 무너질까 봐 아슬아슬 아찔아찔했는데 자기 중심을 잡고 결국 우승을 해서 좋았다. 그녀 주변의 사람들이 그녀를 착취하려 하거나 이용하려 하지 않고 진심으로 돕고 아낀다는 점도 좋았다. 경쟁자조차도 서로를 인정하는 모습. 이 이야기가 실화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베스가 너무 멋졌다. 안야 테일러 조이의 새침하고 날카로운 도전적인 눈빛이 인상적이다. 
    • ★ 위아후위아 WRWWR - 말로 표현하는 게 아까울 정도로 황홀하게 좋았다. 새벽에 심장이 쿵쾅거리며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본 작품. 첫 장면도 눈을 뗄 수 없었는데 마지막 장면도 매순간 주인공들이 움직일 때마다 숨을 멈추며 봤다. 시즌 2가 꼭 나왔으면 좋겠다. 프레이저의 어기적거리며 걷는 걸음걸이, 무심하거나 노려보는 눈빛, 예측불가능한 행동, 천진난만한 웃음, 귀여운 컬러 네일, 그리고 케이틀린과 프레이저가 나누는 아주 특별한 관계가 너무 아름다웠다. 프레이저의 눈빛을 보면 모든 게 설득되는 듯하다. 방황하며 혼란스러워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자유로운 청춘의 이야기. 나에겐 이런 시간들이 왜 없었을까 후회되고 부럽다. 앞으로는 있을까? 나를 규정하는 수많은 것들은 어떤 순간에는 다 무용해진다. 내가 누군지는 내가 결정해. 


    영화

    • 콰이어트 플레이스 1 - 내가 주인공도 아닌데 입을 막고 보게 되는 영화, 부부 케미를 볼 수 있는 영화 
    • 1917 - 카메라와 촬영이 압권. 조지 맥케이가 군사들을 가로질러 달려가는데 카메라가 주저하지 않고 계속 뒤로 가면서 화면이 넓어지는 그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꼽고 싶다.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영화기술+예술의 총집합체 같은 느낌. 코로나 때문에 영화관에서 거의 4-5명하고만 봐서 그런지 더 좋았다. 
    • 주디 - 오즈의 마법사의 주디 갈란드의 말년을 다룬 영화, She can’t help it 이라는 대사가 와닿았다. 삶이 괴롭고 엉망진창이고 최악이어도 결국에는 다시 무대로 돌아가서 노래를 부를 때 제일 행복해보이는 주디, 안타깝고도 아름다운 그녀의 삶.  
    • 아이 오리진스 -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영혼, 진실, 고유한 눈의 홍채, 환생, 영혼의 창. 아주 마지막의 크레딧까지 봐야 하는 영화
    • 사운드 오브 마이 보이스 - 이런 브릿 말링 세계관이 쌓여서 The OA가 나왔구나. 믿을 수 없는 것을 믿을지 말지는 우리의 몫이지만 그녀가 그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OA 이후에 그녀가 만들어낼 세계가 기대된다.
    • 리틀 포레스트 -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생활이 아닐까.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해먹고 나눠먹으면서 웃는 것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책과 함께 보면 더 좋은 영화, 상실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혼란스럽고도 알록달록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 위대한 개츠비(2013) - 원작을 다시 읽어봐야겠지만 영화는 별로였다. 개츠비의 폭력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 작은 아씨들(1994) - 2019 버전과 비교하면서 보았다. 2019 각색이 정말 잘 짜여진 게 느껴졌다.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숏들이나 두 갈래로 나뉘는 결말이 좋았다. 1994 버전에서도 로리는 여전히 이해가 안된다. 
    • 영웅: 천하의 시작 - 색채가 아름답다. 빨강, 하양, 파랑, 초록. 홍등도 생각났다. 장만옥, 양조위, 이연걸, 장쯔이 등 유명한 홍콩 및 중국 배우들의 열연을 볼 수 있다.
    • 오션스 11 - 카지노를 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배짱이 없어서.. 가능할까?
    • 오션스 8 - 멋지고 잘 나가는 여성들이 최고 멋지게 도둑질 하는 건 좋지만 이게 최선일까? 오션스 11의 남자들을 여성으로만 바꿔놓은 느낌이다.
    • 엑시트 - 건강한 재난 영화
    • 배드민턴의 여왕 - 어떻게 해도 자꾸 생각나는 것들에 대하여 
    • 메기 - 이옥섭 감독의 독보적인 연출과 미장센이 돋보였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가득!
    •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 보면서 줄곧 불편해지는 이야기
    • 언더 더 실버레이크 - 히치콕의 <현기증>이 생각나는 영화, 싸이의 연예인, 튀김우동, Invasion of Body Snatchers 등 알 만한 요소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지만 이것들의 총집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포스트모던의 정수 같은 영화
    • 아버지의 이메일 - 죽고 나서야 되돌아보게 되는 한 사람의 삶, 나에게 무한한 상처를 줬던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까 
    • 이제 그만 끝낼까 해 - 난해한 것이 사실이나 영화를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 자체로 봐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이 들게 한 작품. 현대 미술의 일종처럼 느껴졌다. 너무 난해해서 우스갯소리로 ‘이제 그만 끝낼까 해’를 이해하는 것을 이제 끝낼까 해 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걸 보았다. 조금 더 자세히 찬찬히 봐보고 싶은 작품.
    • 69세 - 나이에 관계없이 한 사람으로서 존엄을 지키고 싶어하는 마음.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줘서 좋았다. 하지만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에 대해 다룬다는 점은 좋았지만 마무리가 무언가 심심했다. 효정과 가해자가 만나서 효정이 그에게 일갈하는 장면이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 미쓰백 - 상아와 지은이 벼랑 끝에서 맺는 관계가 위태롭고도 애처로웠다. 폭력의 재현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 
    • 밤의 문이 열린다 - 밤의 문이 열려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수양이를 볼 수 있다면. 
    • 완벽한 타인 - 묘하게 불쾌한 영화
    • 블루 발렌타인 - 푸르딩딩한 색감의 호텔에서 둘의 현재 모습을 보면 너무 슬퍼진다. 행복하고 사랑스럽던 과거와 현재를 자꾸만 비교하게 되는 게 너무 처참하지만 어떻게 이미 겪은 일인데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더 울음을 멈출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사랑을 시작하기가, 관계를 견디기가 두려워진다. 
    •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주디를 보고 르네 젤위거의 필모를 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주디에서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 뻔하지만 사랑스럽다.
    • 어쩌다 로맨스 - 아주 가벼운 킬링 타임용 영화. 코로나 때문에 시작된 넷플릭스 파티를 실험해본 영화
    • 365일 - 윽... 왜 봤을까..? Are you lost, baby girl? 우웩
    • 에놀라 홈즈 - 페미니즘적 가치를 전면적으로 드러낸다. 마이크로프트나 셜록 없이도 당차게 사건을 풀어가는 에놀라를 밀리 보비 브라운이 연기해서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 톰 홀랜드 너무 잘한다. 2시간이 넘는 러닝 타임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게 만드는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억양도 너무 훌륭하고(토박이는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온갖 처절함과 괴로움과 슬픔을 다 안고 있는 외로운 청년의 모습을 너무 잘 표현해냈다. 아무리 비켜나려 해봐도 악은 존재하는 걸까. 피할 수 없는 걸까. 로버트 패틴슨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그치만 연기는 너무 잘한다. 
    • 반쪽의 이야기 - 뻔한 러브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약간 매트한 영상의 질감과 따뜻한 분위기가 영화를 한층 더 좋게 만들어줬다. 앨리 역을 맡은 리아 루이스의 목소리가 편안해서 좋았다. 
    • 키싱 부스 2 - 1편은 내 취향이 아니어서 2편 안보려고 했는데 넷플릭스가 너무 광고를 때려서 궁금해져서 봤다. 그래도 1편보다는 나았다.
    • 테넷 - 연출이나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여성 캐릭터의 사용이 아쉬웠다. 왜 캣을 그렇게밖에 쓸 수 없었을까. 지구를 구해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두 남성의 웅장하고 멋진 거대 서사에 여성은 먹히는 느낌. 시간을 되돌린다는 발상과 거꾸로 가는 장면의 연출 등은 가히 놀랍다. 
    • 이태원 - 강유가람 감독의 다큐멘터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담긴 역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특히 내가 잘 몰랐던 약 50년 전의 사람들과 그때 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 해리포터 시리즈 - 책을 읽고 나니 훨씬 이해가 쉬웠다. 이렇게 큰 시리즈의 마지막은 언제나 아쉽다.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심연 - 1편보다는 설득력 있는 러브스토리
    • 매기스 플랜 -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내가 느끼기에 나 같은 영화
    • 줄리 앤 줄리아 - 나를 구원하는 건 나야. 줄리아의 이야기도 아름답지만 줄리만의 이야기만으로도 좋다. 
    • 베이비티스 - 새로운 시작과 함께 떠나버린 밀라. 아침이 오기 전 새벽의 어스름을 보고 가서 다행이야. 그 뒤에 찾아오는 아침과 저녁은 너를 기억하며 살아갈게. 
    • 마담사이코 - 소름끼치게 무서운 이자벨 위페르, 세 명의 여성이 만들어내는 스릴과 우정
    • 일일시호일 - 이 영화를 보고 차를 마시는 경험을 모두가 해보길. 무엇을 하면서 살지 모르겠는 노리코와 나를, 그리고 우리를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위로해주는 차의 따뜻함

     

    드라마를 많이 봐서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모아보니 생각보다 많다. 다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영화제에서 본 영화들도 꽤 있고. 확실히 드라마를 볼 때는 시즌제를 봐서 그런지 작품 가짓수는 적지만 본 시간이 더 많아서 그렇게 느낀 것 같다. 방학에 몰아본 것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틈틈이 보려고 했던 게 꽤 되나 보다. 왓챠가 단독으로 가져온 왓챠 익스클루시브가 정말 좋았는데 그중 HBO 시리즈가 너무 경이롭게 좋았다. 소리지르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정말 손꼽을 정도로 좋았던 <나의 눈부신 친구>와 <위 아 후 위 아>. 이탈리어를 배우고 싶어졌다. 그 미끄러지는 듯한 혀굴리는 발음이 매력적이다. 오피스에 이어 마음이 벅차오르는 작품들을 만나서 너무 기쁘다. 올해 발견한 나의 취향은 성장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이런 황홀한 작품들을 만나고 싶어서 자꾸 도전하게 된다. 멈출 수 없는 여정. 다른 HBO 시리즈도 왓챠가 데려오면 좋겠다. Euphoria가 좋다던데… 너무 궁금하다!!!

     

    이번 겨울에도 더 많은 작품들을 만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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