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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 싫어요
    뭐든 먹는 송아지 2020. 12. 22. 22:49

     


    잠드는 게 싫다. 잠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사실상 매우 좋아하는 것에 가깝다. 그렇지만 자고 나면 하루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게 싫다. 잠도 좋아하고 깨어있는 것도 좋아한다면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잘 써야 할까? 하루를 그냥 멍하니 보내고 싶기도 하고 어떤 것에 미친 듯이 몰두해서 보내고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둘 중 어느 하나를 택하면 뭔가 아쉽다. 멍하니 보내면 뭔가 하지 않았다는 죄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고, 너무 하루가 정신없고 바쁘면 나만의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아 잠들기 싫어진다. 잠을 잔다면 정말 너무 졸릴 때 스르르 잠에 빠져들고 싶다. 

    아직 내일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내 인생이 무료하고 생각했고 너무 무난하다고만 생각했다. 어떤 것에 더 이상 들일 노력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최선을 다하거나 마음을 쏟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그걸 알고나서부터 더 기꺼이 마음을 열고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또 열심히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 전까지 느끼지 못해서 놓쳤던 수많은 것들이 내 안으로 흘러 들어오게 하고 싶었다. 어떤 후회와 아픔과 자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뭐라도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열정일 수도 있겠지만 강박일 수도 있다. 양날의 검처럼 나를 나아가게 할 수도, 아니면 제자리에 머물게 하거나 뒤로 가게 할 수도 있다. 어떻게 잘 이용할 지는 모르겠다. 일단 오늘 하루도 해야할 일을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명목 아래에 두어서 반드시 할 수 있도록 나를 몰아부친다. 오늘도 자기 싫을 것 같다. 눈이 서서히 감기고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 주위와 나를 차단하고 눈을 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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