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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카톡이 재미있는 이유뭐든 먹는 송아지 2020. 10. 20. 00:16
집단적 독백 때문에 카톡이 재밌는 걸지도 모르겠다. 카카오톡에 수많은 톡방들 때문에 가끔은 카톡을 모두 끄고 잠수를 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내 주변엔 꽤 있다. 너무 톡이 밀려서 읽기가 힘들고 답장을 하기 귀찮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도 종종 그럴 때가 있긴 하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보단 카톡을 확인하는 걸 즐기는 편이다. 카톡창에 떠있는 빨간 숫자들을 보고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밀린 카톡을 쭉 읽는 것도 좋아하고 실시간으로 오는 카톡에 답장을 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카톡은 오히려 밀린 걸 읽는 것보다는 실시간으로 참여할 때가 더 재밌다고 생각한다. 특히 단톡방 같은 곳에서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 흐름을 잘 따라가는 것이 중요한데 쌓여있는 톡을 한꺼번에 읽다보면 아무래도 흐름을 파악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만약 계속 대화 중이라면 새로운 카톡이 계속 오기 때문에 더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톡을 확인할 여유가 난다면 나는 최대한 확인하려고 하는 편이다. 어떤 중요한 이야기가 오가는 톡방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소한 수다 채팅방에서도 그렇다. 그래야 실없는 유머에 피식 웃을 수 있다. 아무래도 간혹 가다 걸리는 재밌는 유머포인트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친구들과 카톡으로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어제도 한참 단톡방에서 카톡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혼자 웃음이 터졌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말하다 보니 굉장히 정신없는 톡방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각자 자신이 답해야 할 말들을 알아서 잘 찾는 모습이 웃겼다. 뭔가 수풀을 헤치듯이 혼란 속의 카톡방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도 답장할 말을 잘 찾고 있었다. 어제 그 모습을 보면서 정글 속에서 길을 찾기 위해 양 손으로 키가 큰 수풀들을 제치고 나아가는 그런 모습이 떠올랐다. 아주 빠르게 카톡 말풍선이 올라오는데 나도 그렇고 다른 친구들도 그렇고 모두가 이렇게 어지러운 톡방에서도 모두의 말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재밌었다. 최근에 생긴 카톡 답장 기능 덕분에 더 그게 쉬워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집단적 독백’ 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인터넷 밈처럼 끝나면 그건 정말 독백이겠지만 놀라운 건 결국 그래도 다 그 말이 어떻게든 이어진다는 것이다. 흐름이 아주 빠르게 변하긴 하지만. 처음에 카톡 답장 기능이 생겼을 때는 도대체 이게 무슨 기능이지 싶었는데 지금은 없어서는 안될 아주 소중한 기능이 되어 버렸다. 앞에서 나눈 얘기를 다 따라잡고 싶고 혹시나 질문을 했는데 답이 없으면 서운한 사람이 있을까봐 최대한 빠트리지 않고 답장하려고 하는 나로서는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이 기능이 어쩌면 톡방 내에서의 집단적 독백을 막아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에서 보통은 핸드폰을 쳐다보고 있지만 가끔 고개를 들어 덜컹덜컹 움직이는 열차에 실려가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지켜보곤 한다. 핸드폰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뭘 그렇게 재밌게들 볼까 싶다. 걸어다니면서까지 핸드폰을 붙들고 있는 모습들을 보게 되면 혹시나 가다가 넘어질까 걱정되기도 한다. 그런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킬킬 대면서 카톡을 할 때 저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주위를 전혀 보지 않고 오로지 네모난 화면만 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삭막해보이기도 했다. 물론 스마트폰 좀비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로 그런 모습의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어쩌면 그만큼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언제나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종종 생각한다. 그게 나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언제나 연결되어 있는 것이 피곤하다고 느껴서 카톡을 지우고 산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사람들도 이해가 되지만 나는 아직까지는 사람들과 더 많이 연결되고 싶은 듯하다. 요즘 들어 물리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서일까 그리고 아직까지는 업무적인 톡보다는 친분 있는 사이에서의 톡이 많아서일까. 다음에는 코로나 시기에 새로 만나게 된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모임에 대해서 써보아야겠다. 나의 연결되고 싶다는 바람의 연장선 상에서 시작된 인연들이니까.'뭐든 먹는 송아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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