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마다 대치동에 간다. 전에도 한 번 쓴 적 있던 치열한 교육열로 가득 차 있는 대치동에 조교 알바를 하러. 우리집에서 대치를 가려면 정말 서울을 가로질러야 한다. 지하철로는 1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시간에 맞게 도착하려면 아주 빠르게 출발해야 한다. 이걸 매일은 아니더라도 매주 하는 건 조금 지치는 일이다. 그래서 저번에 아주 늦은 것은 아니지만 지하철을 타고 가기엔 아주 살짝 빠듯한 시간에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택시를 타기로 했다. 2만원에서 3만원 가량 택시비가 나온다. 정말 빠듯하면 어쩔 수 없다 생각해서 덜 아까운 돈이지만 시간이 조금 있는 상황에서는 지하철을 타면 왕복 3000원에서 4000원 사이의 돈이 드는 걸 생각하면 아까운 돈이다. 그렇지만 이러려고 알바를 하는 것 아니겠나 싶어 힘든 몸에게 보상을 해주자는 마음으로 택시를 잡았다. 그냥 여유를 부리고 싶었다.
우리집에서 대치를 가려면 강변북로를 쭈욱 따라가야 한다. 차가 많지 않아 붐비지 않았던 평화로운 강변북로를 택시는 신나게 달려갔고 나는 그 택시 안에 앉아 강 너머로 보이는 강남을 바라보았다. 빽빽이 늘어선 아파트와 빌딩들을 보면서 이 서울에 정말 많은 사람이 살고 있구나 싶었다. 가끔 택시나 비행기를 타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 집 창문을 통해서 동네를 바라볼 때면 저 멀리서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몸을 부비며 살고 있는 공간을 보게 되고 그럼 아득한 기분이 든다. 내 눈앞에 보이는 창과 불빛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저기 살고 있겠지. 그 많은 공간 중에 내가 자리잡고 살 공간은 있을까? 언젠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이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면 그 쓰레기의 양은 얼마나 많을까. 사람들이 각자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이 돌아가고 있는 걸까. 내가 이 도시에 온 여행자라면 혹은 교환학생처럼 이방인으로 온 거라면 어떤 기분일까. 이런 상념들과 함께 택시를 타며 평화로운 한강 드라이브를 즐겼다. 고요하게 찰랑이는 한강물을 보는 것도 좋았고 단풍이 든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나는 이렇게 일어나서 지하철을 타고 나가는 것도 힘들어서 택시를 탈 결심을 했는데 한강 공원에서 벌써부터 나와서 농구를 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8시 반쯤이었는데 일요일 아침에 저렇게까지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구나 싶었다. 다리를 자전거를 타고 건너는 사람들도 보았다. 땀을 흘리고 있었고 정말 이른 아침부터 나와 운동을 하다가 이제 집에 들어갈 것처럼 보였다.
꽤나 값비싼 드라이브였지만 간만에 여유롭게 다른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보기도 하고 서울의 자랑거리인 도시를 가로지르는 한강의 경치를 감상해볼 수도 있는 30분 간의 짧은 휴식이었다. 나른하고 여유로운 그 시간 때문에 버스나 택시를 타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택시에서 내리면서 긁은 카드비를 보고는 다시 현실로 번쩍 돌아왔다. 앞으로 정말 늦거나 몸이 너무 힘들지 않는 이상 택시를 대치동까지 탈 일은 없겠지만 가끔씩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