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먹는 송아지

빼빼로와 가래떡으로 채워진 하루

쏭아지 2020. 11. 13. 22:05

 


빼빼로 데이이자 가래떡 데이인 어제 하루동안 생각보다 재밌는 일이 많았다. 자정 무렵에 전날 같이 회의를 했던 팀원 중 한 명이 빼빼로 데이라며 생각지도 못했는데 빼빼로를 기프티콘으로 날려주었다. 그때까지는 ‘정말 스윗한 사람이구나, 고마우니 나도 다음에 뭘 사야겠다’ 이런 조금은 미적지근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난 오후에 다른 카톡방에서 또 빼빼로 선물이 날아왔다! 그제서야 앗, 너무 받기에만 익숙했나 싶어서 그 톡방에선 또 다른 기회에 보답하기로 하고 아직 빼빼로가 오고가지 않은 톡방에 내가 먼저 선수를 치기로 했다. 톡방에서 작은 랜덤선물을 평소에도 자주 주고받는 방이어서 이번에 작게나마 보답할 겸 빼빼로 랜덤 선물을 보내버렸다. 그랬더니 거기는 모두가 한 번씩 랜덤선물을 돌려버렸다..! 나는 그전에 받은 작은 선물들에 보답하려고 그랬던 건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버렸다, 하하. 다른 톡방에서도 답례로 다시 선물을 돌린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전부가 돌리진 않았다. 내가 일으킨 선한 나비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갑자기 빼빼로를 5개 정도나 받게 되었다. 빼빼로 외의 간식도 받았다. 평소 같았으면 직접 만나거나 하지 않는 이상 받지 못했을 선물이었을 텐데 언택트 시대여서 그런지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이 이전보다 더 활성화되어서인지 내가 올해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해서인지 너무 많은 기프티콘을 받아서 의외의 기쁨을 얻었다. 

다른 일정이 있어서 오후에 밖에 나갔었다. 같이 만난 친구와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하다가 이번에는 빼빼로가 아닌 가래떡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빼빼로도 좋지만 농업인의 날이기도 해서 가래떡을 먹는 것도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는 그럼 이렇게 생각만 하지 말고 가래떡을 사먹자는 의견에 다다랐다. 아주 즉흥적으로 가래떡을 먹고 싶었다. 떡집에서 갓 뽑아낸 탱글탱글하고 따뜻한 가래떡의 맛을 상상하면서 우리는 입맛을 다셨다. 비슷한 동네에 살아서 같이 지하철을 타고 오던 우리는 그래서 그때부터 우리 동네 떡집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가래떡을 먹으려고 보니 주변 떡집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달은 거였다. 있더라도 그때가 늦은 저녁이어서 문을 열었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심지어는 가래떡 얘기를 하다가 갈아타야 할 역에서 갈아타지 못하고 네 정거장이나 속수무책으로 지나와서 시간이 더 늦어졌다.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사태가 생긴 것이다. 신나게 가래떡 얘기를 했는데 가래떡을 먹지 못할 것 같아 너무 슬펐다. 우리 동네 주변에 있던 떡집들이 다 사라진 것도 이제는 주변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것도 안타까웠다. 내가 기억하던 우리 동네 떡집은 우리 아파트 정문으로 오는 길목을 지나가면 언제나 참기름 냄새를 폴폴 풍기던 아주 작은 방앗간이었는데 지금은 떡은 만들지 않으시고 참기름만 팔고 계시는 것 같았다. 언제 이렇게 변해버렸을까. 어릴 때 엄마를 졸졸 따라가 떡을 뽑아내거나 기름을 짜내는 모습을 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에 반해 빼빼로는 너무나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어디 편의점에 가든 빼빼로 데이라고 들어가기 전부터 빼빼로를 가득 진열해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친구와 아쉽게 떡집은 찾지 못하고 대신 돌아가는 길에 카톡으로 받은 기프티콘을 쓰기 위해 GS25와 CU 편의점을 들렀다. 다들 각각 다른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프티콘을 주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빼빼로 기본 맛 삼총사인 오리지널, 누드, 아몬드와 함께 손 무겁게 집에 돌아왔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은 조금 허전했다. 나에게 빼빼로를 주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했고 또 가래떡 얘기를 하면서 지하철 역을 지나친 우리의 바보같음에 깔깔대기도 했지만 정작 떡집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는 없는 것 같아 아주 조금은 아쉬웠다. 그렇지만 기다리던 우편과 택배도 온 날이었고 아주 작은 기념일 아닌 기념일이어서 별 거 아닌 것 같았지만 하루의 기분을 결정할 정도의 행복한 일들이 있었다. 다만 떡이 갑자기 먹고 싶을 때 어디서 갓 나온 맛있는 떡을 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동네에 그런 떡집 하나쯤은 오래오래 남아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