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먹는 송아지

모기와의 전쟁

쏭아지 2020. 11. 7. 23:12

 

모기... 부들부들

 

새벽에 위이잉대는 소리에 깼다. 간만에 피곤해서 바로 뻗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새벽 세 시쯤에 얼굴이랑 수면잠옷 밖으로 나온 부분이 간지러워서 긁다가 결국 모기를 잡으려고 불을 켰다. 불을 켜자마자 벽에 달라붙어 있는 모기들이 셋이나 보였다. 모기는 웬만하면 내가 불을 켜면 어두운 곳으로 숨어 들어가는데 얼마나 모기가 많았던지 눈이 보이는 모기가 세 마리나 되었다. 잠도 다 깨지 않은 상태에서 한 마리를 비몽사몽 잡고 벽에 나란히 붙어 있는 두 마리를 양손으로 쳐서 잡았다. 천장에 붙어 있는 모기는 책을 평평하게 들고 던져서 잡고 날아다니는 모기는 공중에서 손뼉을 치든가 한 손으로 휘둘러서 잡고 벽에 붙은 모기는 벽을 쳐서 잡고. 이렇게 해서 어제 새벽에만 잡은 모기가 열댓 마리는 될 거다. 그 중에 절반에서 아주 선연한 피가 묻어 나왔다. 나의 신선한 피를 빨아먹은 게 틀림없다. 여름엔 오히려 없었는데 집이 따뜻해서 가을 겨울 즈음에 모기가 더 많이 들어오나 보다.

저번에 모기가 아주 많은 장소에서 머무를 일이 있었고 모기에 시달렸던 우리는 평소에 본인들이 모기를 잡을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이르렀다. A는 모기를 잡고 나서 피가 나면 ‘내 피를 먹었으니 잘 잡았다’라고 생각하는데 대신 피가 나지 않는 모기를 잡으면 ‘어? 아직 내 피 안 먹었네… 좀 미안하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B는 그 말을 듣고서 피를 먹은 모기를 잡을 때는 비슷하게 생각하지만 반대로 피가 없는 모기를 잡고 나면 ‘아싸 내 피 먹을 애 미리 잡았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안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이 두 사람의 말을 모두 들은 C는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거냐며 자신은 모기를 잡으면 ‘아 잡았다!’ 하고 그냥 별 생각없이 모기를 잡는 것에 집중한다고 했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에 조금 충격을 먹은 듯 했다. 나는 이 셋의 이야기를 모두 들으면서 정말 사람들은 다 다르구나 싶어서 조금 웃겼다. 모기 하나를 가지고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하다니. 그러면서 나는 모기를 잡을 때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선 A처럼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피가 안나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생각했지 미안하다? 자려고 눕기만 하면 귓가를 윙윙거리는 모기에게 도대체 뭐가 미안하단 말인가!  그것뿐이면 다행인데 심지어 내 피를 빨아먹어서 간지럽게 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C처럼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모기를 잡는 것에 집중한다기에는 너무 모기를 잡을 때의 나의 분노 게이지가 많이 차 있다. 

방금도 내 앞을 유유하게 날아다니는 모기를 잡으려고 했으나 내 두 손만 아프게 됐다. 내 방에 특히나 모기가 많은 이유는 내가 다른 가족들이 잘 때 새벽에도 깨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벽까지 불을 켜 두어서 내 방 전등 불을 켜면 쌓인 벌레 시체들이 아주 잘 보인다. 모기는 어두운 걸 좋아하긴 하지만 왠지 그 많은 벌레 시체들 사이에서 모기도 태어났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오늘도 아마 모기와의 전쟁을 벌여야 할 것 같다. 내 피를 먹지 말라고 그리고 나의 잠을 깨우지 말라고 분노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