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먹는 송아지

카니발을 기다리는 토리타마의 반복되는 364일

쏭아지 2020. 10. 16. 15:48

 

카니발을 기다리며 (2019)

 


  마르셀루 고메스 감독의 <카니발을 기다리며(2019)>는 청바지가 명물이 되어버린 브라질 토리타마의 모습을 86분 동안 성실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산업화가 진행되며 이 작은 마을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목격된다. 닭과 양을 기르던 모습 대신 산더미처럼 쌓인 청바지 앞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카메라에 주로 담기는 것은 수북이 쌓인 청바지의 향연과 매일 자발적으로 노동의 굴레 속으로 본인들을 밀어넣는 서민의 모습이다. 그들은 힘들지만 일거리가 있고 일하는 만큼 벌 수 있는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부지런히 고된 작업을 해나간다. 밥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청바지를 생산하는 데 힘을 쏟는 이런 토리타마의 노동자들이 유일하게 기다리는 날은 바로 카니발이다. 해변으로 놀러갈 수 있는 축제의 날을 위해 그들은 냉장고나 TV 등을 팔아서라도 부족한 자금을 마련한다.
  영화는 이런 마을의 모습을 비난하거나 섣불리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감독은 내내 그가 관찰한 변화를 카메라에 묵묵하게 비추고 그 솔직한 감상을 자신의 목소리로 발화한다. 본인이 보고 겪었던 마을의 모습을 회상하고 추억하기도 하며 사람들에게 한 발짝 다가간 모습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마을 사람들에게 귀여운 거래를 제안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크루들이 카니발로 텅 빈 마을의 모습을 찍는 동안 축제의 모습을 담을 수 없으니 그들이 바다에 놀러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대신 사람들에게 직접 카메라를 쥐어준 것이다. 그들이 직접 담은 영상을 통해 관객들은 토리타마의 사람들에게 카니발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가늠하게 된다. 영화는 휴가를 즐기고 돌아와 365일 후 다시 찾아 올 카니발을 기다리며 청바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작은 마을에까지 미친 자본주의의 영향력, 토리타마는 몇 년 후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2020년 제 17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