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어지게 응시하는 눈에 담긴 생의 의지

모두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집에서 흐트러진 머리와 하지만 선명한 눈빛을 하고 정면을 바라본다. <레이디 맥베스>는 이렇게 소파에 앉아 맹렬히 응시하는 캐서린(플로렌스 퓨)을 오래도록 비춘 후에야 비로소 까만 화면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끝마친다.
머리와 옷매무새를 다듬고 벽난로 앞의 소파에 앉아 가만히 허공을 본다. 집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것 외에는 어떤 일도 허락되지 않았기에 이 행위를 캐서린은 영화의 초반부터 무미건조하게 반복한다. 하지만 카메라 렌즈에 정면으로 담기는 소파 위의 그녀의 매무새와 자세와 눈빛은 매번 달라진다. 처음 결혼을 하고 집에서 남편과 시아버지의 간섭과 억압을 꼿꼿하게 받아내던 그녀는 쉽게 지친다. 소파에서 지루한 눈을 하고 꾸벅꾸벅 조는 모습은 흠없이 깔끔한 아내라는 이미지를 강요하는 뻔하기 짝이 없는 집안의 규칙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곧 캐서린은 불복종적이고 본능적인 세바스찬을 만나고 점점 남편과 시아버지가 규정해놓은 답답한 틀을 깨어 간다. 소파에 앉아 조는 것이 아니라 아예 누워 자기도 하고 잔머리가 조금씩 삐져나와 조금 불안정하거나 초조해보이기도 한다. 시간이 갈수록 흐트러진 자세나 매무새와 달리 그녀의 눈빛은 되레 또렷해진다. 시아버지, 남편, 남편의 피후견인인 아이를 죽이고 결국에는 세바스찬까지 쫓아낸 후 다시 소파에 앉는 캐서린의 눈빛은 따라서 처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하녀의 도움을 받아 코르셋을 조이고 선명한 푸른빛을 띠는 드레스를 입고 소파에 앉던 가장 처음의 장면과 달리 모든 사건이 마무리된 후에는 짙고 어두운 검은색의 드레스를 입고 홀로 하녀들이 떠나는 걸 지켜본다. 그러고는 혼자 계단을 걸어내려와 고요히 다시 그 자리에 앉는다. 어느 때보다도 머리는 헝클어져 있지만 그녀의 시선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 장면을 단독으로 보더라도 강렬하다. 그러나 캐서린의 눈빛을 보며 느껴지는 시릿함은 반복되어 쌓여 온 행위의 변화를 관객들이 목도할 수 있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이다. 주변의 모든 것들은 중요치 않고 자신을 옭아매던 규칙을 거부하고 오롯이 삶을 감내하는 한 사람의 얼굴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