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빙과 기록의 힘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88/18 서울올림픽 30주년 특집 다큐를 보았다. 2018년에 공개되었고 88올림픽 개최 30주년으로 KBS 스포츠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인데 올림픽이 한국 근현대사에서 어떠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지 어떤 문제점을 낳았는지 우리의 지금 생각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지금은 유튜브에서 무료로 찾아볼 수 있다.
태어나기 전이라 당시의 분위기는 몰랐기에 영상으로나마 어떤 상황이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었다. 역사공부를 할 때 역사 교과서에서 한 두줄 정도로 서술되어 있던 것들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큐멘터리라는 작업의 의미를 다시금 깨달았다. 이 작업이 KBS라는 공영방송이어서 더 가능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시에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모르는 기록이었겠지만 그러한 방송 기록들을 다 모아두고 아카이빙하고 있었기 때문에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올림픽이 우리에게 준 영향을 되돌아보고 그래서 우리의 지금은 어떤가 하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지금보다 어렸을 적에는 역사나 다큐멘터리 같은 것들을 지루하고 재미없다고만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나라는 개인이 이렇게 성장하게 된 역사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그동안 겪어온 개인적 사건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혹은 조상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이런 한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는 국가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근본적인 생각이 들었다.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더욱 더 실감하고 있는 요즘 나라는 개인의 몸에 수많은 역사적 사건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래서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소해 보이지만 결국은 나를 이루고 있는 많은 것들, 내가 아니라 타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을. 코로나 시대에는 더더욱 그리고 코로나 이전에도 어떤 것이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시대였으므로 더더욱 남겨야 한다. 있는 것들을 다시 구성하면서 지금의 것들을 모아가는 것. 이것이 결국 우리를 다시 돌아보게 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삶에 대해 후회나 반성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자긍심이나 자부심을 갖게 할 수도 있다. 이것이 어쩌면 나를 더 잘 이해하게 할 것이고 더 나아가서 나를 이루고 있는 세계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내가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어떤 거대한 흐름 속에 있고 그 시시각각 변하는 흐름을 이해하려면 기록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나로부터 시작해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에 대해 살펴보고 결국은 나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게 될 이 프로젝트를 어떤 형태로든지 꼭 실현해보고 싶다. 지금 내가 잘 서 있는지에 대해서 판단하기 위해서, 앞으로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나아갈 것인지 고민하기 위해서, 우리의 지금 세상이 과거의 우리가 꿈꾸던 세상인지를 보기 위해서.